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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나스닥 자진 상장 폐지까지 이어진 디디추싱 사태란? (feat. 중국 정부)

by 겨울에는 김겨울 2022.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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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경제가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가 해성같이 등장했다. 빅데이터 수집, 자율주행 등 주요 사업 외에도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있던 우버는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출처: 우버 공식 홈페이지

그 후 전 세계에서 '00판 우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의 우버 '그랩', 인도의 우버 '올라', 중국의 우버 '디디추싱', 중동의 우버 '카림' 등이 등장했고 글로벌 기업들에게서 대규모 투자도 받았다.

그중 디디추싱은 전 세계 인구수 1위인 중국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연간 이용자가 3억 7700만 명에 달하는 기업이다. 또한 싱가포르를 비롯해 15개국 4000여 개 도시에 진출해있으며, 2020년에는 1417억 위안(24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이 나스닥에서 자진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디디추싱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지분 가치가 140억 달러에서 18억 달러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디디추싱은 어떤 이유로 상장폐지까지 진행하게 된 것일까?

출처: 아주경제/사진출처: 디디추싱 홈페이지

사건의 발단은 미국 증시 상장이다. 디디추싱이 미국 IPO를 준비할 당시 교통운수부는 이를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금융당국)는 디디추싱이 가진 중국 사용자 및 도로 데이터가 국가 안보 관련 정보라는 이유로 상장을 반대했다.

앞선 중국 기업들의 상장 당시에도 확실한 통제권에 있는 홍콩이나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기를 요구해왔다. 디디추싱은 이에 대해 고민하다 정부에 “중국 사용자·도로 데이터를 절대로 미국에 제공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하고 상장을 추진했다.

이렇게 정부가 100% 동의하지 않은 IPO가 문제가 됐다.
디디추싱의 IPO 소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터넷 기업 전반에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라고 지시했고, 디디추싱에 대한 조치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보안 검열이 개시됐는데 다수 법규를 위반해 사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고 판정했다. 그리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막고, 디디추싱에게 최소 45일간 신규 회원을 가입시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했을까. 바로 2018년부터 이어진 미중 갈등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한 감사 목적 회계 정보 제공 의무를 거부해왔다. SEC는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거부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책임론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심해지자 SEC는 “정확한 회계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외국 기업은 강제로 상장폐지에 처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은 국가 안보 관련 정보를 제공해선 안 된다”라고 표명했다. 이렇게 두 나라가 팽팽하게 맞서자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이 상황에서 디디추싱이 중국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나스닥에 상장하자 불똥이 튄 것이다. 거기다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최악의 대응을 했다. 국내외 미디어에 “중국 당국이 자사 앱 25개를 앱스토어에서 내리라고 지시해 경영에 악영향을 낳을 것”이라고 떠들고 다닌 것이다.

결국 정부는 압박 수위를 더 높여서 현장 실사를 시작했다. 보통 45일 안에 마무리되는 실사지만 얼마든지 기간을 늘릴 수 있으며,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앱은 앱스토어에 올라갈 수 없다.

디디추싱은 영원히 앱스토어에 자사 앱을 등록할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심각성을 깨달은 디디추싱은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출처: 글로벌 이코노믹/사진 출처: 로이터

그러나 정부의 압박은 더 강해졌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이 요금에서 가져가는 수수료의 비율에 상한선을 긋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리고 차량 공유 서비스를 위한 새 규정을 발표하며 디디추싱에게 비수를 꽂았다.

해당 규정은 플랫폼 기업이 운전자에게 사회보험 등 혜택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디디추싱은 거대 택시 회사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디디추싱은 미국 증시 자진 상장폐지를 발표했다. 최소한 기업이 생존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신 홍콩으로 주식 시장을 옮겨 SEC가 요구하는 회계 정보 제공 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11일 중국 정부가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중단시켰다. 디디추싱이 제출한 안보와 데이터 유출 방지에 대한 계획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앱 사용 금지도 계속해서 유지된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을 거칠게 몰아세우는 이유는 디디추싱의 주식 지분 때문이다.

출처: 글로벌 이코노믹/사진 출처: 로이터

현재 디디추싱의 최대 주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 2대 주주는 미국의 우버다. 두 기업 모두 중국과 가장 크게 부딪히는 국가에 소속되어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과 데이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5억 명이 넘는 중국인의 개인 정보와 동선을 가진 ‘데이터 창고’를 자본주의 국가에게 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끝맺음 말

일각에서는 알리바바의 앤트 그룹이 그랬듯 디디추싱도 국유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연 디디추싱은 어떤 결말은 맞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 문헌
한용섭, 『매거진 한경』, 「디디추싱 사태, 미·중 데이터 전쟁 신호탄 되나」
류지영, 『서울신문』, 「中서 바라보는 디디추싱 사태의 본질 [이철의 차이나 핀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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