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월드클래스라는 주제로 서울시스터즈를 만든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를 모신 적 있다. 서울시스터즈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인데 아마존 내에서 고춧가루 카테고리 판매량 1등을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방송에 나오자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반드시 국내 기업이 자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세계 1위 도시락 회사인 스노우폭스 역시 국내에서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다른 국가의 기업을 인수 합병하며 진출 국가를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미국 1위 오픈마켓인 아마존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알아보고자 한다.
1) 푸드컬쳐랩 - 서울시스터즈
푸드컬쳐랩은 진출 전부터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지정했었다. 그리고 사전 조사를 위해 미국 최대 친환경 식품 유통기업인 홀푸드에서 매년 발표하는 푸드 트렌드를 확인했는데, 여기서 꾸준히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김치 유래 유산균이 언급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타깃을 아예 홀푸드마켓 고객으로 잡고 홀푸드마켓의 입점 기준인 비건, 글루텐 프리, 논-GMO(유전자 조작 농산물 사용 X) 기준을 지키면서 제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비건 컨셉 덕에 할랄 국가, 동물성 원료 자제 국가(말레이시아, 두바이 등)와 미국, 유럽에서 증가하고 있는 비건 인구까지 고객으로 삼을 수 있었다.
결국 아마존에서 판매 2주 만에 고춧가루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현재는 앞서 나온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이후 국내 대기업들과의 협업, 팝업 스토어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한국에서도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2) 빈토리오 - 와인에어레이터
빈토리오의 와인 에어레이터는 와인이 따라지는 즉시 와인에 공기를 주입해 3초 만에 와인 디캔팅을 가능하게 해주는와인 디캔터다. 와인 디캔팅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와인 내에 생기는 침전물을 분리시키기 위해 와인 병을 1~2시간 정도 세워 둔 후에 다른 와인병으로 옮겨 붓다가 침전물이 지나가면 멈춰서 침전물을 분리시키는 작업이다.
이렇게 와인 디캔팅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데, 와인 에어레이터를 사용하면 따르는 즉시 디캔팅이 된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이 덕에 미국 시장 진출 3개월 만에 아마존 베스트셀러와 아마존 초이스 상품으로 등록되어 와인 에어레이터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 라엘 - 유기농 순면커버 생리대
라엘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유기농 여성용품을 만들기 위해 한인 여성 3인이 만든 우먼 웰니스 브랜드다. 라엘 생리대는 미국 텍사스산 목화솜 100%를 사용해 유기농 순면 커버의 자극이 없는 부드러운 제품으로, 접착제 대신 물로만 직조해 유해성분 걱정도 없다.
전 세계에서 하루 47만 장씩 판매되고 있으며,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말 기준 37억 개를 돌파하면서 1초에 6개씩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덕에 아마존 생리대 카테고리 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품질의 우수성이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미국에서 직접 제품을 구입하다, 2018년부터 한국에 공식 진출하여 올리브영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4) 동기바르네 -Tape runner
소비재 제조 유통 기업인 동기바르네는 2000년대 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풀테이프 제품을 만든 기업이다. 풀테이프란 액체 풀과 고체 풀의 단점을 보완하여 편리함과 기능성을 모두 잡았다.
이 덕에 인기를 얻으면서 사무실, 학교 등에서 자주 쓰이는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동기바르네는 풀테이프를 20여 년 전부터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 20여 개국에 수출했고, 해당 제품의 원조격이라고 볼 수 있는 독일과 일본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출하고 있다.
이후 미국 진출을 위해 미주법인을 신설해 현지 파악을 진행한 후, 한국법인이 아닌 미주법인에서 현지 마케팅을 지휘했다. 결국 2019년 Tape runner 풀테이프는 아마존 내 관련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5) 지누스 - 매트리스
지누스는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한 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매트리스 압축포장 배송 기술을 이용해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택배로 배송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덕에 아마존 매트리스 부문에서 베스트셀러와 북미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 1위를 모두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7,747억 원에 지누스를 인수했다. 지누스는 이제 현대백화점 그룹에 소속되어 그룹 내 다른 리빙 부문과의 시너지 창출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6) 슈피겐 코리아 - 스마트폰 케이스
슈피겐 코리아는 글로벌 시장 진출 당시 현지 시장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 선호하는 얇은 케이스보다는, 두껍고 튼튼한 제품을 선호하는 해외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출시했다. 그리고 붉은색, 분홍색 등 화려한 색상에서 검정이나 투명 계열의 차분한 색상 위주로 재편하며 아마존 스마트폰 케이스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아마존 재팬이 선정한 2021년 인기 브랜드에 선정되며 다시 한번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끝맺음 말
위의 기업들 이외에도 다른 기업들이 존재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떤 기업이 1위를 했느냐 보다 어떻게 1위를 했느냐라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할 때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독자적인 운영을 하는 것보다는 현지 기업과의 업무 제휴나 인수합병을 통해 진행하는 편이다.
현지 법인으로 독자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기업에게 더 큰 이득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자사가 판매하려는 제품이 현지에서도 먹힐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후자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역 마다도 문화가 다른데, 더 큰 단위인 국가 간에는 얼마나 문화 차이가 크겠는가. 이러한 점에서 위의 한국 기업들은 현지 시장의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동기바르네나 빈토리오처럼 혁신적인 기술로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 제품이 해당 국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아무리 획기적이고 실용적인 제품이더라도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 제품은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해외에 진출하고 싶다면 진출하려는 국가의 언어뿐만 아니라 식습관, 사회정서, 유통구조 등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이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이해진 창업자가 라인을 성공시키기 위해 수년간 일본에서 살다시피 했다. 내가 몇십 년간 살아가던 국가가 아닌 전혀 다른 국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수반된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위 기업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적으로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 문헌
김정욱, 『서울경제』, 「아마존서 판매율 선두 달리는 한국 브랜드 빅 4」
최은화, 『매일경제』, 「동기바르네 풀테이프 ‘Taperunner’, 출시 2년만 미국 아마존 판매량 1위 기록」
송정, 『중앙일보』, 「[폴인인사이트] 아마존서 1위, 미국인 홀린 '김치맛 가루'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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