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 은행 기업들이 배달앱, 통신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연이어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업의 종류가 비금융 분야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신사업에 진출할 때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시킬 수 있을만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관된 사업에 진출한다면 두 사업 간의 시너지가 창출되면서 고객을 락인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고, 범위의 경제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런데 시중 은행 기업들이 진출한 사업을 들었을 때 그렇게까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시중 은행은 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고, 진출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신사업 진출 이유
시중 은행은 지금까지 대출 위주의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돈이라는 것은 항상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은 항상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문제는 기업의 성장성을 가져다 줄 사업이 없다는 것이다. 은행 기업들이 하고 있는 여러 사업은 이미 성장을 바라기에는 너무 오래됐고 그럴 동력도 없다.
대출 시장이 성장성을 잃게 된 건 인터넷 전문 은행이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6년 케이뱅크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토스 뱅크 등 기존 은행 사업의 판도를 흔들고 혁신성을 가진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했다.
편의성을 앞세운 빅테크의 등장도 원인이다. 핀크, 핀다 등 대출 중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은행은 본인의 역할을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대출 고객이 늘자 은행들은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구조적 성장이 아닌 대출 사업을 통한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이므로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비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2. 신사업 종류
국내에 여러 은행이 있지만 이 중 4대 시중 은행이라고 불리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한은행 - 땡겨요
신한은행은 배달의 민족·요기요·쿠팡이츠 3사의 과점 체제로 인해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배달시장에 진출했다. 브랜드명은 땡겨요로 후발 주자인 만큼 상생 플랫폼이라는 차별화한 콘셉트를 통해 가맹점과 소비자 확대를 노리고 있다.
땡겨요는 가맹점에게 다른 배달앱(11% 수준)에 비해 월등히 낮은 비율인 2%의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당일 매출을 실시간으로 입금받는 빠른 정산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거기다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까지 받지 않으면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시켜주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우려점인 사업 간 시너지 창출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데이터 활용이 두드러지는데 대표적으로 사업자 대출과 라이더 대출이 있다.
은행 대출은 원래 금융 이력으로 가능 여부를 평가받는데, 신한은행과 땡겨요는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매출, 배달료 등을 기준으로도 대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배달 라이더의 배달료 입금내역을 급여로 인정하여 평가하는 방식으로, 금융거래가 거의 없는 고객인 씬파일러까지 포용하는 효과가 있다.
땡겨요 적금, 땡겨요 전용 신용카드도 시너지 창출 예시다. 땡겨요 적금은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2.9%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10주 이상 납입 등 미션을 달성하면 땡겨요 할인쿠폰을 주는 방식으로 금융과 비금융을 연결했다. 땡겨요 전용 카드는 신한카드와 협업하여 만든 것으로 땡겨요 앱에서 결제하면 10%의 포인트가 적립되고 이용 실적에 따라 할인 혜택 등이 제공된다.
신한은행 앱 신한쏠에서 땡겨요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땡겨요 앱이 따로 존재하지만 신한쏠(SOL) 내에서도 바로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어 1,400만 명의 신한쏠 사용자를 땡겨요의 잠재 고객으로 만들었다. 이 덕에 유입 고객의 약 60%가 신한쏠을 통해 가입했다고 한다.
땡겨요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행하여 3개월 만인 올해 4월부터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올 하반기에는 수도권과 지방 주요 도시까지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을 가지고 있다.
KB국민은행 - 리브M
KB국민은행은 알뜰폰 통신사업 브랜드 리브M을 2019년 론칭했다. 기존 통신사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리브M은 모바일웹에서 가입 신청 후 유심칩을 배송받아서 이를 스마트폰에 삽입하면 공인인증서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금융 업무를 이용할 수 있다.
리브M은 2020년 대비 가입자가 3배 증가(24만 명)하며 폭증하고 있다. 이는 저렴한 요금뿐만 아니라 기존 타사 알뜰 요금제의 단점이던 다양한 혜택까지 제공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리브M은 국민은행을 주거래 계좌로 사용하면 월 사용요금을 1,100원 더 낮출 수 있고, 친구 결합 시 1100원이 추가 할인된다. 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2∼3만 원대 통신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으며 리브M 전용카드 사용 시에도 추가 할인된다.
그리고 KB스타클럽 등급과 연동하여 뚜레쥬르 5000원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GS25 5000원권 등 다양한 종류의 프리미엄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청년희망적금과 연계해서 적금 상품 가입 시 2만 원대의 무제한 인터넷 요금제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유심칩부터 다양한 혜택까지 모두 KB국민은행을 사용할 경우 시너지가 극대화되도록 설계해서 고객을 자사에 묶어놓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은행 - 블록체인 플랫폼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민간기관에 유통하기 위한 한국은행 디지털 화폐(CBDC)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그리고 자체 디지털 화폐인 WBDC(Wooribank Digital Currency)와 NFT를 발행하여 송금과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멀티자산 지갑 등의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분산 식별자(DID)를 통한 신원 및 자격증명 서비스도 은행 업무에 적용한다.
그리고 디지털 자산 수탁 및 관리 사업을 위해 코인플러그와 협업하여 디커스터디를 설립했다. 디지털 자산 수탁은 현금이 아닌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은행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기업·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 NFT 등 디지털 자산을 대신 보관해주고 투자·관리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하나은행 - 아트뱅킹
하나은행은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 회사인 서울옥션과 협약해 타 금융사와 차별화된 아트뱅크 이미지를 브랜드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협약을 통해 미술품 매매 및 거래 연관 비즈니스, 미술품 시장 컬렉션 자문, 미술품 담보대출 등 전통적인 아트 관련 서비스와 NFT, 메타버스 플랫폼 등 아트 연계 뉴비즈 발굴, 미술 관련 교육 및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미술품 구매에 관심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미술품 자문과 구매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은행 수장고 공간을 활용하여 안전하게 미술 작품을 보관해주고 고객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 Club1 PB센터를 활용하여 미술작품 전시, 작품 문화 교육 등 체계적인 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에는 금융사 최초로 서울옥션 강남센터 내에 아레테 큐브 골드클럽을 오픈하여 고액자산가와 미술품 컬렉터를 대상으로 미술과 금융을 결합한 아트서비스와 그들의 자녀 세대에 대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끝맺음 말
시중 은행의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 시중은행에서 해야 했던 까다로운 업무가 컴퓨터,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발전으로 단순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매장 축소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편의점, SSM 등과의 협업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모든 기업, 특히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이라면 성장성은 필수적인 요소다. 따라서 시중은행들도 신사업 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앞선 사례에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은행 외에도 신한, KB국민, 하나, NH농협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장을 위한 시중은행들의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다.
참고 문헌
김지훈, 『국민은행』, 「은행이 통신·배달·미술사업까지… 이유 있는 ‘딴짓’」
노명현, 『비즈니스워치』, 「우리은행,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디지털 혁신 박차」
부광우, 『데일리안』, 「하나은행, 서울옥션과 아트뱅킹 서비스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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