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는 그 지역에서만 보거나 먹을 수 있는 명물이나 특색을 살린 매장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서울, 부산, 이천 등 여러 지역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고 현지 유명 맛집을 입점시키는 시몬스가 대표적이다. 침대로 유명한 시몬스이지만 팝업스토어에는 침대와는 전혀 상관없는 굿즈, 맛집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몬스 외에도 국내외 여러 기업이 현지의 문화를 반영한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로컬 소셜라이징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로컬 소셜라이징이란 무엇이고 왜 이렇게 주목하는 것이며, 어떤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고 있을까?
1. 의미, 이유
로컬소셜라이징이란 지역의 특성을 기업에 반영하여 해당 지역의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간을 디자인, 기획하는 것이다.
로컬소셜라이징은 로컬리즘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는 1970년대 탈물질주의가 등장한 선진국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부터 글로벌 호텔 기업 에이스 호텔이 저평가된 건물을 선정하여 해당 지역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독특한 호텔을 만들고 소상공인 브랜드까지 입점시킨 것이 있다.
국내는 2010년대부터 가치 소비와 함께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장소 및 콘텐츠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기업, 프리미엄 브랜드 등이 로컬 콘텐츠 발굴에 동참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코로나19로 언텍트, 거리두기 등이 지속되자 소비자들의 활동 반경과 관심이 거주 동네로 좁혀지면서 더욱 강화됐다.
로컬소셜라이징의 트렌드가 강화되자 여러 기업이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로컬 소셜라이징의 가치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이 일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 빠르게 알 수 있지만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행과 취향이 유사해지도록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곳에는 없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방문객들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기업들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번째 이유는 MZ 세대와의 소통이다. 로컬 소셜라이징의 주요 고객은 MZ세대이다. 그들은 가성비보다 해당 제품이 가지고 있는 여러 부분을 고려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우리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매장의 제품 구성, 컬러 등을 인스타감성에 맞추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단순한 샵이 아니라 매장이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상생, ESG와 같이 함께 발전해 나간다는 느낌을 심어주는 것도 MZ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세 번째 브랜드에 대한 애호도, 팬덤을 만들기 위해서다. 한 제품이 저렴하고 효과가 좋아 많은 소비자가 구매한다고 해서 그 제품의 브랜드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제품이 아닌 우리 브랜드를 소비자가 선호하고 팬덤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만약 브랜드 자체에 대한 애호도가 있을 경우, 소비자가 특정 제품의 구매를 고려할 때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브랜드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이유는 브랜드의 이념 전파와 문화 형성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우리 브랜드의 이념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 고객이 이를 체험하게 하여 실제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즉, 지역 사회와 공존하는 브랜드 문화를 소비자에게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우리 브랜드에 젖어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2. 사례
시몬스
시몬스는 2020년 이천에서 시몬스 테라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이곳은 이천지역의 농산물을 시몬스만의 스타일로 판매했다. 이천 명물은 쌀을 세련된 패키지 캔에 넣은 이천 쌀 캔이 대표적이다.
이것이 지역 농가와 현지 상권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서울 성수동과 부산 전포동에도 팝업스토어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전포동 하드웨어 스토어는 부산의 로컬 패션 편집숍 발란사와 협업하여 문구류, 공구, 야구모자, 티셔츠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2021년 부산 해운대의 해리단길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했는데, 남유럽 식료품점 콘셉트로 오픈하자마자 핫플로 등극했다. 이 스토어에는 MZ세대가 좋아하는 굿즈뿐이 아니라 이천에서 판매하던 시몬스 스타일의 특산물도 판매했다.
올해는 다시 지역의 전성기를 노리는 청담동에 스토어를 기획했다. 유럽에서 자주 보이는 육가공 식품 판매점 샤퀴테리 숍을 콘셉트로 삼았는데, 매장의 유일한 통로는 붉은 조명에 삼겹살처럼 포장된 수세미와 치즈처럼 포장된 그물백 등 정육점 분위기를 연상시키고 있다. 2층에는 부산 해리단길에서 판매하던 로컬 버거 브랜드 버거샵을 판매하면서 전포의 이천 특산물 판매처럼 지역과 지역의 연결이라는 의미를 가치 있게 표현했다.
신세계 그룹
신세계 그룹의 계열사인 신세계까사는 이번해 서울 종로구에 럭셔리 한옥 스테이 브랜드인 락고재와 함께 지역 공동 커뮤니티 라운지 더 리빙룸을 오픈했다.
더 리빙룸은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라운지로 전통차 카페도 운영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북촌의 특성에 맞춰 더 리빙룸을 품격 있는 고전미와 세련된 현대미를 조화시켜 매장을 꾸몄다.
이를 위해 예스러운 멋을 가진 한국 고가구와 현대미를 가진 신세계까사의 프리미엄 가구 라메종, 캄포 등을 배치했으며,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소품까지 구성하여 고전과 현대의 어울림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뉴헤링본 테이블, 제노아 1인 소파 등 까사미아의 다양한 디자인 가구가 더 리빙룸에 배치되어 있다.
신세계까사는 이번 락고재와의 협업을 통해 더 리빙룸의 분위기에 맞춘 가구·소품 등을 무상 지원했다. 향후에도 한옥의 미학과 문화적 가치를 공유, 확산하는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베드 라디오
2019년 제주도에서 시작된 베드라디오는 오픈 2개월 만에 예약률 100%를 기록한 호스텔로 편안한 휴식과 로컬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전 세계 10개의 체인을 보유한 에이스 호텔의 콘셉트를 매장에 적용했다.
베드라디오는 인근자전거 샵과 제휴하여 운전을 못하는 여행자도 쉽게 먼 장소까지 여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피트니스와도 연계해 만원만 내면 투숙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규모 스타트업들도 워크숍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과 캐주얼한 분위기의 회의시설도 마련해 스타트업들이 부담 없이 이용하도록 하고, 영화 상영회를 통해 인근 주민들도 아이들과 호스텔을 부담 없이 체험하도록 해서 이런 호스텔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것이다.
베드라디오는 이처럼 로컬 크리에이터 및 로컬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지역민들에게도 공간을 제공하면서 여행자가 로컬과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일퍼센트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타 지역으로도 진출했다. 베드라디오는 일 퍼센트 그룹이 소유한 1% 호스텔의 브랜드 마케팅, 인력관리, 예약 관리 등의 업무 지원과 위탁경영을 맡는다. 그리고 베드라디오 동문을 운영하면서 얻은 로컬 소셜라이징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격관리, 예약 채널 최적화, 브랜드 리뉴얼 등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인근 관광요소를 활용하여 로컬 기반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에피그램
코오롱인더스트리 FnC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은 2017년부터 매 시즌 국내 도시 한 곳을 선정하여 해당 지역을 소개하는 브랜드 상품과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 12개의 도시에서 진행했다. 이는 지속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비교적 덜 알려진 지역을 소개함으로써 지역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는 지역을 대표하는 컬러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번 시즌인 강진은 고려청자에서 따온 강진청자비색이다. 이 색상은 해당 시즌의 에피그램 상품과 공간에 적용된다.
그리고 지역 상품 패키지에 에피그램의 감성을 담아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더 많은 소비자에게 그 지역의 문화를 알린다. 예를 들어 강진은 다산 명차 발효차, 강진청자 대나무 술잔 등 강진의 로컬 푸드와 지역 상품을 에피그램 스타일로 디자인한다.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하는데, 강진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신유림 작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강진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일러스트를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차 브랜드인 백운옥판차를 계승한 이한영茶문화원과의 협업도 예정되어 있다.
끝맺음 말
로컬소셜라이징은 잘 알려지지 못한 지역과 그 지역의 소상공인이 거대 기업과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주목받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온라인이 발전하더라도 온라인에서는 충족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역할이 있다.
이는 체험으로 대형마트가 체험형 매장으로 리뉴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로컬소셜라이징 역시 그 지역을 체험하는 것인데, 모든 매장에 유사한 전략을 펼치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과 달리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린 제품과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계속해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소유하고 경험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떤 기업이 로컬소셜라이징을 통해 소비자의 눈을 즐겁게 해 줄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참고 문헌
허태윤, 『이코노미스트』, 「지역과 소비자 연결하는 '로컬 콘텐트'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곽선미, 『패션비즈』, 「에피그램, 전남 강진과 함께 로컬 프로젝트 진행」
권안나, 『뉴시스』, 「전통·현대의 만남…신세계까사·락고재의 북촌 '더 리빙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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