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지속적인 양적 완화를 진행한 결과, 현재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거기다 러시아의 침공까지 벌어지자 밀, 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 역시 급등하였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는 금리 인상의 빅 스텝을 예고했고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시작점
인플레이션이 처음 일어난 것은 1920년대 독일이다. 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과 전쟁을 벌였는데 이것이 1차 세계 대전이다. 독일은 여기서 패전하였고 승전국들은 패전국인 독일에게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독일 정부는 전쟁으로 인해 재정 상태가 엄청난 적자였고, 파괴된 사회 기반 및 생산시설의 복구, 피해입은 자국민에 대한 보상 등 돈 나갈 곳이 가득했다. 그런데 갚아야 할 배상금과 부채 1,500억 마르크(1마르크 당 650~700원)까지 추가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세금도 충분히 징수할 수 없었기에 독일 정부는 필요한 만큼 돈을 찍어내는 선택을 했다. 상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데 돈만 계속해서 풀리자 물가는 상승하고 화폐의 가치는 하락했다. 거기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최대한 빨리 소비하려 하자 물가 상승은 더욱 가속화됐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가장 극심했던 1923년 후반에는 1년 사이 무려 1,600만 배 이상의 물가 상승을 기록하면서 마르크는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당시 1달러는 4조 2,000억 마르크에 거래됐으며 우표 한 장은 90억 마르크,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은 480조 마르크에 달했다.
이때 사람들은 식당에서 식사할 때도 인플레이션을 걱정해 주문과 결제를 함께 했다고 한다. 그리고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수레에 돈을 한가득 싣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주부들은 벽지나 땔감으로 지폐를 사용했다. 아이들도 돈다발로 블록을 쌓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초인플레이션은 승전국들이 배상금을 삭감해주고, 1924년 발행을 엄격하게 제한한 렌텐마르크라는 새로운 화폐를 도입하면서 진정됐다. 1920년대의 인플레이션은 이후 독일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먼저 일부 학자들은 금융자산이 휴지조각이 되자 건전한 정치체제 유지에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산층이 줄어들어 독일 전체가 나치즘(극단적 국수주의)에 현혹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초인플레이션의 경험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중앙은행의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우쳐 줬다는 장점도 있다. 이 덕에 현재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안정된 국가가 됐다.
2. 의미
흔히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인플레이션일 때 가격이 떨어지는 상품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컴퓨터는 새로운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지난달에 비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가격이 오르는 상품이 더 많기 때문에 평균적인 가격수준이 올라가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일상생활에서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적당하게 일어날 경우 국민경제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때 전체적인 물가는 조금씩 오르겠지만 생산에 투입된 가격이 산출물의 가격보다 적게 올랐다면 기업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고용도 늘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소득이 생김으로써 지출을 늘려가고 결국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증가시켜 경제 성장을 촉진시킨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질 경우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수입에 비해 물가가 크게 오르게 되므로 사람들은 물건 구입을 줄이게 된다. 이는 경제 전반의 관점에서 총수요가 감소하는 것인데 여기서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자신의 경제 행위를 바꾸지 못하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더욱 낮아지게 된다. 이는 결국 상대적인 가격이 바뀌어서 자원배분이 이전과 달라지면 국가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구매력이 낮아지는 것은 화폐가치의 하락을 의미하므로, 화폐경제의 신뢰성 상실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화폐를 이용한 거래 자체가 중단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되면 화폐사용을 통한 거래의 편의성이 사라지고 경제활동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하나의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일어날 때 투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투기는 나중에 높은 가격으로 되팔기 위해 미리 많은 양을 구입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땅이나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예상하고 자신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이를 구입하려 하는 부동산 투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한국은 강남 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신의 소득 수준을 넘어설 만큼 빚을 내서 강남의 땅이나 건물을 매입해도 결국 지가 상승으로 이익을 보기 때문에 끝나지 않는 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투기는 비생산적이고, 시장의 자원 배분기능을 왜곡시킨다.
거기다 인플레이션은 국제무역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우리 상품의 가격이 타 국가의 경쟁 상품 가격보다 더 높이 상승하면 외국 소비자들은 우리 상품을 구입하지 않게 되고, 결국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해당 기업 혹은 국가의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기도 하고, 경제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 내용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참고 문헌
박정호, 『한국경제』,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85> 제1차 세계대전과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박복영 교수, 『경제정보센터』, 「1920년대, 초인플레이션이 독일에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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