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홈술족의 증가로 주류 업계가 호황을 맞은 가운데 부동의 수입 주류 1위였던 맥주를 꺾은 주류가 있다. 바로 와인이다. 와인은 홈술족의 사랑을 받으며 급격한 성장을 시작했고, 2020년 수입액이 27% 증가하면서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등 유통업계 대부분의 기업이 매장 내 와인 비중을 높이면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와인 시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했고, 현재의 상황과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1. 성장 과정
와인은 1987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공식 수입됐고,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탈리아에게 승리한 뒤 샤토 탈보를 마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에게 와인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진행되면서 와인의 본격적인 대중화가 시작됐다.
한국 와인 업계는 이전까지 미국, 유럽 제품에 집중되어 있어 비교적 고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칠레산 와인이 들어서자 국내 와인 소비의 흐름이 바뀌었다.
거기다 1년 뒤인 2005년 와인을 주제로 한 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만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샤또 라투르, 샤또 르 퓌 에밀리앙 같은 프랑스 와인부터 오퍼스원, 알마비바까지 만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와인이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 덕에 2007년 처음으로 와인 수입액 1억 달러 돌파에 성공했다.
하지만 얼마 뒤 수입 맥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와인 시장은 10년간 정체기를 겪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매년 조금씩 수입액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적을 때는 0.9%의 증감률을 기록하며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런데 2019년 대형마트에서 선보인 초저가 와인이 다시 한번 와인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당시 이마트는 와인을 대중화시켜 수요를 늘리기 위해 4,900원 칠레산 와인을 선보였다. 관계자들은 와인 입문자가 느끼는 가격 저항선을 수입 맥주 2캔 기준(5000원)으로 보고 이에 맞춰 가격을 설정했다. 이마트는 이러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일반적인 와인 수입 개런티 기준인 3,000병에 300배가 넘어가는 100만 병을 한 번에 기획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판매 시작 100일 만에 84만 병이 판매되었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100만 병을 추가로 기획했다. 게다가 구매 고객의 55%가 6개월간 와인을 구매한 적 없는 신규 고객이었다.
전환점을 맞은 와인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회식, 모임 대신 홈술, 혼술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도주가 인기를 끌었고 이중 와인이 선택된 것이다.
거기다 2020년 4월 3일 주류법 완화로 주류의 스마트 오더가 허용되면서 5,000여 종의 와인을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편의점은 오지에도 매장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와인을 구매하기 힘들었던 고객들도 다양한 와인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편의점은 와인의 성지라고 불리게 되었다.
2. 현황
이러한 와인 시장 성장에 따라 주요 오프라인 기업들의 와인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각사의 자료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월 1일 ~ 1월 14일 매출 신장률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와인의 성지라고 불리는 편의점부터 살펴보면 GS25는 85.1%, CU가 67.8%, 세븐일레븐이 102.3%, 이마트24가 34%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대형마트는 이마트 6.9%, 롯데마트 42.7%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추가적으로 백화점의 매출 신장률을 보면 다음과 같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기준 22%의 매출 신장률을, 신세계 백화점은 올해 1~2월 기준 20%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 3사 중 하나인 현대백화점의 경우 이번해 3월 와인 유통 전문 회사 비노에이치를 자회사로 설립하면서 비교적 늦은 타이밍에 와인 사업에 진출한다.
이렇게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특히나 열을 올리고 있는 편의점은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2위로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3사가 전체 유통업계(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온라인유통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대형마트 3사의 15.7%를 앞질렀다. 그리고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기준으로 할 경우 편의점 3사는 30.7%의 비중으로 백화점(32.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편의점 매출 성장을 주류가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3. 기업 대응
이러한 와인 수요 증가에 따라 유통업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은 자체 특화 매장을 확대하고 있고, 대형마트는 롯데마트의 보틀벙커와 같이 와인전문점을 매장 내 배치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편의점
CU
CU는 투트랙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에서는 3만원 이하의 저가 와인을 주로 취급하고, 온라인은 공식 앱 포켓CU로 주류 스마트오더를 통해 고가 와인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고가 와인의 경우 취급이 까다롭기 때문에 점포에 상시 배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절을 고려한 와인 입점을 활용한다. 여름에는 청량감 있는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위주, 겨울에는 적포도 와인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와인 전문 유튜버 와인킹과 협력하여 와인세트도 출시하고 있다. 이는 와인에 대해 잘 몰라도 와인킹의 추천에 따라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초초보 세트, 중급 세트 등 와인 친숙도에 따라 구성된 상품부터 샴페인 크레망 세트, FUN한 세트 등 분위기별로 구성된 세트까지 총 10가지 상품이 있다.
그리고 자체 와인 브랜드 음!(mmm!)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는데 1탄인 음! 레드와인은 출시 40일 만에 1차 수입 물량 11만 병을 완판 했고, 2탄 음! 소비뇽 블랑 시리즈도 누적 판매량 55만 병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거기다 지난해 기준 2016년부터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 없던 디아블로 까베르네 소비뇽을 제치고 음! 레드와인이 판매량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GS25
GS25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 베스트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주 대표 와이너리와 협업하여 1만 원 대 네이처 사운드를 판매하는 등 MZ세대를 고려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업계 최초로 주류 스마트 오더를 와인 25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선보였으며 빕스, 더플레이스와 같은 레스토랑에서도 편의점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콜키지 프리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세계 유명 와이너리의 와인을 론칭한 차별화 와인 10종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와인 스펙트럼을 빠르게 확대하였다. 2016년 넘버9 크로이쳐를 시작으로 더시즌스 비발디(그랑리저브 등급), 네이쳐사운드 메를로(리저브 등급) 등 다양한 등급의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와인 자격증을 갖춘 소믈리에가 추천해주는 이달의 MD 추천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추천 와인인 아르헨티나의 트리벤토가 출시하자마자 1위를 기록한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미국의 트로이목마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와인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세븐일레븐 와인 전문 매장인 와인 스튜디오에는 MD 추천 와인 중 특히 인기가 좋았던 상품과 앞으로 선보일 월별 추천 와인이 배치되어 있는 이달의 MD 추천 와인존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협업하여 와인 픽업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앱 칠성몰을 통해 초저가 와인부터 100만 원 대 프리미엄 와인까지 다양한 가격대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와인 안주 전용 브랜드인 와인&플레이트도 론칭하여 와인과 어울리는 페어링푸드를 출시하고 있다. 상품은 너트, 육포, 스낵 등 총 15종이 있으며 대표 상품으로는 세븐셀렉트 바프스낵믹스, 세븐셀렉트 프리미엄 믹스넛 치즈육포 등이 있다.
2) 대형마트
이마트
이마트는 와인 전문매장인 Wine&Liquor의 입점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동시에 이달의 와인과 국민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달의 와인은 와인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와린이에게 다양한 정보 제공을 위해 매월 테마에 따라 와인을 선정해 소개한다.
예를 들어 결혼식이 많은 4월에는 웨딩과 사랑을 테마로 정해 도츠 브륏 클래식 NV, 반피 로사 리갈 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 5종을 선정한 것이 있다.
국민 와인은 맛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여 저평가된 와인이나 인지도가 낮은 와인을 1만 원~3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소개하는 것으로, 올해 처음 소개한 세인트할랏 바로사 쉬라즈를 포함해 분기별 4개의 와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보틀벙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보틀벙커는 '와인의 모든 것! 여기 없으면 어느 곳에도 없다’라는 콘셉트의 메가 와인숍으로, 새로운 경험 제공과 맞춤형 큐레이션에 집중한 와인 전문 매장이다. 여기에는 국내 유통하지 않는 빈티지 상품부터 로마네 꽁띠 등 1억 원 내외의 최고가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보틀벙커 내에는 약 50여 종의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는 테이스팅 탭도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잔 당 2,000원대 ~ 5만 5,000원대 사이로 구성되어 있고 원하는 와인을 50ml씩 시음할 수 있다. 테이스팅 탭에서 맛 본 와인은 나우온탭 조닝에 진열되어 있어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
현재 테이스팅 탭은 약 4만 잔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새로운 와인 문화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끝맺음 말
와인 시장은 한번 탄력을 받은 이상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회식이 활성화되면 맥주, 소주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와인 시장이 현상 유지를 하는 기간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미 와인이 친숙해진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수요를 받아줄 충분한 공급도 있다. 앞서 봤듯이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와인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저가, 고가 상관없이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고 있다. 와인 이외에도 위스키 같은 비교적 비주류에 있던 주류까지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와인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참고 문헌
정채희, 『매거진 한경』, 「맥주 제친 와인, 홈술 문화가 바꾼 ‘와인’ 지형도」
나선혜, 『한국 금융』, 「편의점 3사, 소비자를 와인에 ‘입덕’ 시키다」
윤희훈, 『조선 비즈』, 「와인 사러 ‘오픈런’까지… 대형마트 와인 매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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