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과 함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애자일(Agile) 방식이다. 갈수록 더 많은 고객의 욕구와 수요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예측이 아니라 직면한 상황을 빠르게 대응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 바로 애자일이다.
이는 특히 IT업계 쪽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LS, 하나 은행 등 오프라인 중심 기업들도 애자일 방식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자일 방식은 무엇이고 어떤 특징과 사례가 있을까?
1. 애자일의 의미, 특징
애자일이라는 단어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유래된 것으로 IT 개발자 간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시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인원이 참여했는데, 2001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부가 만든 애자일 연합을 기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 빨리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고, 고객의 피드백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이후 애자일 경영은 조직 경영론에 적용되면서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애자일 조직은 프로젝트에 따라 5~10명 정도의 많지 않은 인원이 유동적으로 팀을 만들고 해체한다. 해당 팀은 여러 분야를 아우르면서 과제 완수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팀원 간 직급·존칭 등이 없는 수평적 조직 모델과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지향한다.
애자일 조직에는 여러 특징이 있다. 먼저 계획 수립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민첩하면서도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진행한다. 그리고 고객과 접점에 있는 조직 및 구성원에게 권한의 상당 부분을 위임하여 구성원의 판단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현시키도록 한다.
기존 기업들이 조직 상부에서만 주요 정보를 공유하는 것과 달리 애자일 조직은 모든 조직원에게 높은 수준의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도 있다.
애자일 경영을 위해서는 PO(Product Owner)가 필요한데 PO는 잘게 쪼개진 사업을 총괄하고 각 부문의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PO는 회사에 필요한 제품·서비스를 찾고, 흩어져있던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을 모아 팀을 구성한다.
서비스 개발 및 출시 일정, 업무 분담, 제품·서비스 출시 후 필요한 영업이나 마케팅, 서비스 안정화 등을 모두 PO가 책임지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2. 애자일 방식의 성공 요건
위와 같은 점에서 애자일 방식은 기업에게 필요한 경영 방식이다. 불필요한 보고를 없애고 신속하면서 효율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성공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한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 커뮤니케이션 캠페인만으로 조직을 바꾸려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해 컨설팅 회사에 진단을 받은 후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는 조직 전략이나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지 형식적인 교육과 프로그램만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한계가 명확하다.
둘째 전략과 문화를 별개라고 생각한다. 많은 경영자는 기업의 성장과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과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자일 방식을 위해서는 구성원 스스로 과제에 대한 즐거움과 의미,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경영자가 이러한 점들을 인지한다면 성공적인 애자일 조직 수립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몇 가지 사항이 더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애자일 방식이 될 것이다.
이는 최전선에 있는 실무자에게 구체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고,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도 여기에 해당된다.
3. 관련 사례
많은 기업이 애자일 방식을 도입 및 고려하고 있는데, 관련 사례는 이 중 실질적인 효과를 보인 두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
마이크로소프트(MS)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하던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여러 혁신 기업이 치고 올라오면서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었고, 기업 내부의 공고한 관료주의와 폐쇄성이 혁신을 가로막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델라 CEO가 시행한 것이 바로 애자일로의 전환이었다.
애자일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폐쇄성을 개방적으로 바꾸고, 전략적인 변화를 과감히 가져갔다. 그리고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시행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 애저(Azure)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게임,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 전통적인 사업 부문은 혁신을 보였다.
이를 통해 MS는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지운 새로운 기업이 되었고, 결국 세계 최초 시가총액 1조 달러 돌파라는 결과까지 달성했다.
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배민)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된 후 세계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는데, 업계에서는 배민의 성공 요인이 애자일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고객 접점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개발팀은 항상 업데이트를 마치면 고객이 버그를 신고하는 현상을 겪었다. 이때 개발팀은 고객의 의견을 쓸데없는 말이나 사용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피드백을 하다가 말도 안 되게 버그를 찾아내는 것이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리고 고객을 예측불허라고 판단하여 서비스 개선, 우선순위 조정, 팀 리듬 파악을 통해 애자일하게 대응했다. 이는 애자일에 법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무작정 따르지 않고,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대응을 통해 시시각각 앱을 관리하는 것이다.
끝맺음 말
사례에 나온 기업 외에도 오늘의 집, 야놀자 등 다양한 기업에서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역시 제대로 된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애자일 방식은 관료주의가 심한 대기업보다는 혁신을 무기로 삼는 스타트업, IT기업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과거부터 이어오던 조직 문화와 관습 등이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일본의 캐논처럼 새로운 사업 진출 시 담당자가 다른 사업부의 직원을 자유롭게 데려올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부터 시작한다면 고착화되어 있던 조직 문화가 서서히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문헌
손지혜, 『전자신문』, 「플랫폼 업계, '애자일 개발' 문화 확산…시장 트렌드 즉각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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