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이슈 되고 있는 주요 문제 중 하나가 명품업계 오픈런이다. 명품의 가격이 계속해서 증가하자 소비자들은 지금 구매하는 것이 더 싸다는 판단하에 매장 오픈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명품 기업들이 베블런 효과를 노리고 가격 상승과 공급량 조절을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베블런 효과란 무엇이고, 이와 유사한 용어인 기펜의 역설은 무엇인지 의미와 예시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의미
베블런 효과
베블런 효과란 가격이 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이 출간한 유한계급론 내 "상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 베블런은 해당 도서에서 상류층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고,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사치를 일삼으며 만연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했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는 특정 제품을 구입할 때 실제 지불하는 시장가격과 남들이 얼마 줬을까 하는 기대 가격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다. 예를 들어 10만원짜리 청바지를 구입할 때 10만 원이라는 시장 가격뿐만 아니라 남들이 얼마에 이를 구매할지 기대하는 가격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들이 이 청바지를 8만원에 구매했을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고, 15만 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베블런 효과는 앞서 설명한 대로 상류층 소비자들에게서 보이는 소비 행태로, 고가의 귀금속, 자동차 등을 필요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부를 과시하거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품들은 가격이 떨어지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펜의 역설
이와 유사한 이론으로 기펜의 역설이 있다. 앞선 베블런 효과가 사람의 과시욕, 허영심 등에 중점을 둔 이론이라면 기펜의 역설은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에 중점을 둔 이론이다.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R. 기펜이 처음 발견하여 제시했다.
수요의 법칙 이론에 따르면 어떤 재화의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해야 하는데 이 법칙의 예외가 바로 이것이다. 기펜의 역설이란 연탄, 마가린 등 열등재의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열등재보다 우등한 재화인 우등재를 대신 구매한다는 것이다. 이때 수요가 감소한 열등재를 기펜재라고 부른다.
2. 예시
베블런 효과
베블런 효과의 예시에는 대표적으로 명품이 있는데 이 중 대표적인 하이엔드 명품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 먼저 샤넬은 지난해에만 4차례 가격 인상을 진행하면서 인기 상품이 모두 1,000만 원대가 되었다.
대표 베스트셀러 핸드백인 클래식 미디엄 플랩백은 16% 가격 인상을 통해 1,124만 원이 되었고, 클래식 라지 플랩백은 15% 인상한 1,049만 원, 클래식 백 스몰 사이즈는 18% 인상한 1,052만 원이 됐다. 이렇게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데도 불구하고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오히려 늘어나 오픈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루이뷔통은 지난해 5차례나 가격을 인상했고 특히 10월에는 일부 핸드백에 대해 최대 33%의 가격 인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제품은 22~26%가량 인상된 카퓌신 라인이다. 특히 카퓌신 MM은 1년 사이 634만 원에서 922만 원으로 약 50%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끈 스테디셀러 알마 BB도 가격 인상으로 200만 원대에 안착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2차례의 가격 인상을 진행했으며 올해 초 3~10%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피코탄 36은 354만 원에서 377만 원으로 올랐고, 입문 백으로 알려진 가든파티 36은 482만 원에서 498만 원이 되었다.
이외에도 프라다, 디올, 보테가베네타 등 여러 명품 기업이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데, 그 이유에 대해 원부자재·인건비 인상, 환율 변동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잦은 가격 인상을 진행하고 과도한 오픈런을 부추기며, 미비한 연봉 인상과 처우 개선 등으로 인해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명품 열풍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소각하거나 제품 생산량을 늘리지 않는 등 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공급량은 그대로인데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가니 베블런 효과에 따라 소비자들의 수요만 늘어나 기업들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샤넬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 2,2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4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나 급증했다. 루이비통 코리아는 40% 증가한 1조 4,681억 원의 매출과 2배 가까이 증가한 3,01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에르메스 코리아 역시 각각 26%, 28% 증가한 5,275억 원의 매출과 1,70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기펜의 역설
경제적인 관점에서 제품의 상대적인 가격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이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실질적인 소득이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마가린, 연탄, 고무신 등의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의 실질 소득은 증가한 것이므로 소비자들은 이를 대체하는 버터, 보일러, 운동화 등의 고급재로 눈길을 돌린다.
한국과 중국의 쌀 역시 기펜의 역설에 어느 정도 부합하다. 한국과 중국의 주식은 쌀인데 국민의 전체적인 소득 수준이 증가하자 사람들은 식사를 할 때 쌀 대신 다른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반대로 치킨, 파스타, 피자, 삼겹살 등 쌀에 비해 가격이 높은 음식에 사용되는 밀과 육류의 소비량은 증가한다. 소득 수준의 증가량에 비해 쌀의 가격이 적게 상승했기 때문에 쌀을 구매해도 전보다 남는 돈이 많아져 다른 음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1년 56.9kg을 기록한데 반해, 육류 소비량은 2000년 31.9kg, 2010년 38.8kg, 2019년 54.6kg(2019년 기준 쌀 소비량은 59.2kg)으로 증가하며 쌀 소비량을 추격하고 있다.
끝맺음 말
베블런 효과는 들어본 사람들이 많은데 비해 기펜의 역설은 비교적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는 기펜의 역설에 대한 정확한 사례를 찾기 힘들어서다. 기펜의 역설의 주요 사례인 아일랜드의 감자도 일각에서는 다른 부분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명품, 고급차처럼 사치품 위주인 베블런 효과에 비해 기펜의 역설은 평소에 사용하는 일상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해당 상품군의 소비가 줄어든 것을 기펜의 역설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일상재에는 정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배지윤, 『뉴스1』, 「[유통가 10대 뉴스]②뛰는 몸값에도 "없어서 못 산다"… 명품 전성시대」
더 농부 공식 홈페이지, 쌀 바짝 따라잡은 육류 소비량···한국인이 고기를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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